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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반려동물 미용사 시험, 학대되는 미용 모델견? 위탁견?

 

 

반려동물 미용사로 학원에 수강을 하기 위해서는 미용사 자격 실습과 실기 시험을 할 모델견 혹은 위탁견이 필요합니다.


반려 동물 미용사 실습 시간엔 종종 개들의 비명이 들립니다. 아직 가위질이 서툰 학원생들은 털 속에 숨은 혀끝이나 귀 끝을 자르고, 클리퍼(털을 다듬는 기계)로 배에 상처를 내는 실수를 하곤 했습니다. 학원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는 듯 상처를 소독하고 치료했으며 개가 테이블에서 떨어져 죽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위탁견?? 모델견??
수많은 개들이 실습용 테이블 위에 오르는데 학원에 소속된 모델견도 있고, 학원이 계약한 번식장에서 빌려온 종∙모견들도 있습니다. 학원은 이러한 처지의 모델견들을 ‘위탁견’이라고 부르고 번식장에서 빌려온 개들은 ‘농장견’이라고 불렸습니다. 위탁견은 학원 소유이지만, 학생들에게 위탁해 기르는 개들입니다.

 

 

농장견은 비교적 관리가 잘 되는 번식장에서 개들을 데려온다고 했지만, 뒤엉킨 털, 지독한 냄새, 한 번도 치료받은 적 없어 보이는 종양 덩어리, 피부병 등 누가 봐도 농장견과 위탁견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시험 성적을 잘 받고 싶은 학원생들은 농장견보다 위탁견으로 시험을 보고 싶어합니다. 농장견은 번식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털이나 외모 관리가 안 되었거나, 사람과 관계를 잘 맺도록 사회화 교육이 되어 있지도 않아서 사람과 동물 서로 다칠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수강생은 위탁견으로 데리고 와서 학원과 1년 단위의 ‘위탁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학원은 개를 맡기면서 수탁자에게 보증금 60만 원을 받았고 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위탁견을 맡아 기르면서 모델견으로 제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빗질, 목욕, 서서 잘 기다리는 훈련을 시켜야 했습니다.

사료나 심장사상충 예방약 등은 수탁자가 자비로 해결하라고 쓰여 있었고 원생의 ‘부주의’로 인한 질병 치료도 원생이 책임을 지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만약 위탁견을 중간에 은퇴시키고 학생이 데리고 가게 되면 계약이 해지가 되어 보증금을 못 받고 60만원을 학원에 그냥 줘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학원에서는 외모 상태가 좋은 위탁견을 은퇴시켜줄 수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계약서에도 “모델견은 학원의 가족이므로 분양을 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어 계약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학원을 졸업한 후 여전히 함께 살면서, 학원 실습수업에 동원되거나 시험장 모델견으로 서고 있으며 위탁견은 평균 45일에 한 번씩 학원과 시험장에 가서 남의 손에 목욕을 하고, 털을 깎습니다.

1년에 4번 있는 시험을 치르기 위해선 미용 실기 시험에 동원되는 개들이 하루 전날 학원에 모입니다. 밤새 조를 짜 목욕을 하고 털을 말리며 시험을 준비하고, 오전 일찍 학원에서 빌린 버스를 타고 대구, 대전, 안성 등 지역의 큰 체육관에서 열리는 시험장으로 이동합니다.

차를 타고 오래 이동한 개들은 실기 시험 2시간 내내 테이블 위에 선 채 털이 깍이고 시험을 마치면 다시 버스를 타고 학원으로 돌아와 번식장 개들은 번식장으로, 위탁견인 주인에게 돌아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수험생들은 배변 등의 불편을 덜기 위해 개에게 물이나 밥을 먹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학원이 시험 모델에 대한 대가로 5만원의 모델료를 지급하지만, 위탁견주는 “돈도 받기 싫고, 시험 끝나고 돌아와서 구토하고 설사하는 걸 보면 5만 원 이상의 희생을 치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수십 년간 업계에서 일한 관계자는 “시험에 동원된 개들 대부분 스트레스에 압도돼 구토, 설사하고 드물게 쇼크사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학원장은 <애니멀피플>과의 통화에서 “학생들 좋은 성적 받게 하려고 데려온 개들이다. 반려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제보자의 (혹사나 학대) 주장이 불합리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학원과 학원생 간에 쓰인 ‘시험 모델견 위탁 계약서’를 보면 첫 번째 항목에 “원생에게 애견미용사 자격검정대회에서 최상의 모델견으로 더 높은 성과를 얻고자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학원에서 위탁견, 번식장 개 등 실제 개를 수업에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격증 실기 시험을 실제 개로 치르기 때문입니다. 시험 합격이라는 목표 뒤에 혹사당하는 개들의 몸과 마음의 병은 간과되고 있습니다.
이에 국내 반려견 미용 시험을 치르는 양대 단체 가운데 하나인 한국애견협회는 지난해 말 모든 시험에 위그(모형견)를 도입하고 실제 개로 시험을 보는 것을 중단했습니다.
박애경 애견협회 사무총장은 “시험의 공정성을 위해 모두가 같은 형태 위그로 시험을 보는 방식을 도입했다. 실습과 시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동물 학대 문제를 방지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나가다 애견 미용실을 보면서 나도 한 번 배워볼까 하는 가벼운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고통을 받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하루빨리 개선방안이 나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