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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코로나 숙주? 멸종위기종 천산갑에서 코로나 유사바이러스 92% 일치

 

 

중국으로 밀수된 야생동물 말레이천산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까운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코로나 숙주의 가능성이 늘었습니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널리 거래되는 포유동물인 천산갑의 밀거래를 막아야 하는 또 하나의 근거가 나왔습니다.

천산갑은 동남아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고양이 크기의 비늘로 덮인 동물로, 밤에 홀로 다니며 땅을 파 개미를 잡아먹습니다. 천산갑은 정력에 좋다는 얘기나 비늘이 몸에 좋다는 소문에 비늘은 한약 원료로, 고기는 식용으로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쓰여 세계에서 가장 널리 밀거래되는 포유동물입니다. 사실 천산갑의 비늘의 성분은 사람의 손톱의 성분과 같은 케라틴으로 몸에 좋다는 얘기는 미신에 가깝습니다.

 

 

토미 램 홍콩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27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사한 여러 계열의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돼 천산갑이 앞으로 출현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인수공통 감염병을 막기 위해서라도 야생동물 불법거래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2017∼2018년 중국 광시성 세관에 압수된 말레이천산갑 18마리로부터 43개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6개에서 코로나19 계열의 바이러스를 검출했습니다. 유전체 분석 결과 이들의 염기서열은 코로나19와 88.5∼92.4%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자들은 “천산갑은 현재까지 코로나19와 유사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포유동물 가운데 박쥐를 제외하면 유일한 동물”이라며 “중국의 광시와 광저우 두 곳에서 독립적으로 채취한 샘플에서 코로나19 계열 바이러스 2종을 확인한 것은 천산갑이 이 바이러스의 중요한 숙주일 수 있음을 가리킨다”고 밝히며 “천산갑이 코로나19의 사람 감염에 어떤 구실을 했는지는 추가로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천산갑은 멸종위기종으로 국제거래가 금지되어 있는 등 개체수가 얼마 남지 않아서 천산갑이 자연적으로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기보다는 밀수과정에서 박쥐로부터 감염되었거나 다른 중간 숙주가 있을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야생동물 시장에서 천산갑의 거래가 철저히 규제돼야 하고 동남아와 중국의 서식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우한에서 처음 감염이 일어난 시기는 박쥐가 월동 중인 겨울이란 점에서 다른 중간 숙주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 중국 등에서 나왔었습니다. 천산갑 시료에서 전체 유전체(게놈)를 분석해 코로나19와 같은 계열의 바이러스임을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멸종위기종 천산갑은 해마다 수천 마리가 비늘과 고기를 위해 밀거래되고 있으며, 중국 당국이 1월 26일 야생동물 시장을 폐쇄하기 이전까지 식당 메뉴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